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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잃지말고 고고고! 일본의 성씨 대란 

 

  결혼한 부부가 원하는 성을 함께 쓰거나, 아니면 각자의 선택에 따라 혼전에 가진 이름을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혼한 부부가 하나의 성씨로 통일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밖에 없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그중 96%의 경우 여성이 결혼 후 남성의 성을 따른다고 하네요. 결혼 후 성을 통일하는것을 원하는 부부들이 있는 반면, 결혼 후 바뀐 성씨로 인해 직장에서 직함 상의 혼란을 겪고, 이전 자신의 일부였던 것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여성의 고용 노동과 결혼 및 출산, 둘 모두를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자신의 이름을 지킬 기본적인 권리 (타국의 또래들이 가진 매우 당연한 권리)도 없는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30년 넘게 이야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차별이라는 주변국과 UN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16일, 일본 대법원은 결혼한 부부가 하나의 성씨를 사용하는 문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으며 따라서 법원은 해당 상황의 개선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우리는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실망했고 그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입법, 국회가 법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일 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부가적 성씨 시스템은 모든 부부가 자신의 옛 이름을 간직하도록 강요하는것이 아닙니다. 부부가 하나의 성으로 합치는 편을 선호한다면 그것 또한 용인되어야 하고,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 역시 용인되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는 개개인이 다양한 생활양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행법 (민법 75조)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는 어떤 사람의 성을 쓸 지 정한 뒤, 무조건 그에 따라 개명을 해야 합니다. 이 요구사항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되죠. 예를 들어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남편이 부인의 성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12월 4일자 보도에서는 해당 상황에 놓인 남성이 자신의 경우를 설명하는데요, 그는 새로운 성씨 등록을 위해 모든 법적 서류를 재등록해야 했으며 다니던 회사에서도 등록된 이름을 수정해야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또한 수십만엔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본인이 거둔 여러가지 성취에도 불구하고 개명으로 인해 모든 커리어를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했다며 실제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파트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개명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바꿔버리는 듯한 느낌을 경험했으며, 더이상 자기자신이 아니게 되는 듯한 실의를 느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니스선수, 키미코 다테-크럼은 결혼 후 키미코 크럼으로 개명한 뒤의 경험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 했는데요, 그녀는 어릴적부터 사랑하는 파트너의 이름을 따라가는것을 동경해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결혼 초, 새로운 성으로 불리우는것이 새롭고 신기 하였으나 초반의 흥분이 가라앉자 예상 밖의 상실감을 경험 했다고 합니다. 다테라는 이름은 무명시절부터 시작해 세계적 명성을 떨치기 까지 그녀가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온 이름으로, 다년간의 노력 후에야 그녀가 쌓아올린 시간과 성취는 다테 라는 이름하에 인정받게 되죠.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그렇게 자신과 죽 함께 동고동락 해온 이름을 버려야 했던 것 입니다. 

내일소녀단의 단원중에도 개명 후 이전의 이름으로 본인이 이룩한 자신의 성취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은 단원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명은 그냥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에 적힌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지금까지의 내가 지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은 즐거운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무거웠고 눈물이 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개개인이 느끼는 상실의 깊이는 각기 다르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은 비슷한 감정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각자의 성씨를 사용함으로써 가족간의 유대가 희석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도 있습니다만 현재의 ‘무조건 개명’ 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일본인 부부 셋 중 하나는 이혼하며, 부모가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하는 해외 가정의 경우 자식들이 해당 사유때문에 가정이 깨질까봐 불안해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아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듯 이는 새로운 시스템을 모두에게 강요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원하는대로, 예전처럼 하나의 성을 써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지고 태어난 이름을 간직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확장하는 일은 생활양식과 가족구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이 짊어져야 할 마음의 짐을 해소하는 일 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전의 이름을 간직하는것을 가능케 하는 일이 일본사회가 모두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는데에 핵심적 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 필요한 변화를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목소리가 닿아야 합니다. 여론이란 개개인의 목소리가 합쳐져 구성되는 것임을 잊지 않고 가지고 태어난 이름을 간직하는 일에 목소리를 높여 희망하는 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현실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웁시다!